사전, 시대를 엮다 [오스미 가즈오] - 독후감

사전, 시대를 엮다. <오스미 가즈오> 책을 읽고 나서

이 책에서는 사전을 “여러 가지 사항을 일정한 순서로 배열하고, 그 각각에 해설을 붙인 책”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으며, 오늘날의 백과사전과 거의 유사한 ‘예전에 중국에서 경 사자 집의 여러 책들을 내용이나 항목별로 분류하여 편찬한 책을 통틀어’ 것을 유서라고 일컫습니다. 즉 사전 또는 유서는 만들어지고 쓰이던 당시 사회의 전반적인 지식을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정리하고 기술한 것으로 문자를 통해 만들어진 그 사회의 모습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이 책을 정의한다면 “책의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유서를 고대부터 근대까지 시대순으로 나열하여 그 시대의 모습을 상세하게 기술하였기 때문입니다. 각 장의 제목은 그 시대를 대표는 유서의 제목들을 쓰고 있지만 세부적으로 이야기하는 내용은 시대를 아우르는 유서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사전만을 논하는 것도 아니고 그 시대의 유서를 해설하는 것을 중심으로 일본의 역사를 문화사를 폭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유서라는 것이 결국은 그 시대를 품고 표현하다 보니 당연할지 모르는 이야기지만 새삼 대단하다고 느껴집니다. 또한 백과사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유서와 같은 책이 정립되기 위해서는 그 기반에 그 사회의 다양한 모습들을 담은 서적이 있어야 함은 물론입니다. 과거의 시대라면 다수의 서사 본이나 중국, 조선에서 야기된 근세 시대라면 헤아릴 수 없이 많고 많은 다양한 인쇄물의 존재가 유서가 정립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이러한 부분은 현재 존재하는 많은 사전들이 그 기초에는 수많은 책들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과 마찬가지임을 말합니다. 유서는 어떻게 보면 한 사회의 전반적인 지식이 책의 형태로 만들어진 결착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유서의 역사를 이해하고 말하기 위해서는 그 사회에서 책이 만들어지는 상황 전체를 항상 반영하고 비출 수 있어야 합니다.

한 사회가 성립되고 유지되려면 여러 가지 지식과 정보가 있어야 하고, 또한 그것을 전달해야 한다.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 책에서는 문자와 관련이 있고 책의 형태로 확산된 부분에 관해서만 다루고자 한다. 나는 이문제를 특히 유서, 즉 백과사전적인 것들을 통해 생각해보기로 했다. 백과사전적인 책을 읽다 보면 그 시대 사람들의 지식의 범위나 사유방식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이 많다. 문자로 쓰여 책으로 전해진다는 제한은 지만, 나는 백과사전적인 것을 만들어낸 정신의 계보와 백과사전적인 책의 세계를 더듬어가면서 사상이나 문화의 역사를 생각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좌표를 찾아 확인해보고 싶었다.

– 사전, 시대를 엮다. 서문 일부 발췌

 

 책의 서문에 나오는 일부 내용을 발췌하여 인용하였습니다. 사실 작가가 쓴 이 서문이 사전이 가지는 근본적인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서 작가가 말하는 일본뿐 만이 아니라 모든 나라가 가진 인문학 연구의 문제를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백과사전이 쓰이는 시점에 당대의 사상이나 문화의 역사를 고찰하기 위한 ‘장’ 또는 ‘좌표’를 갖추지 않고 서는 사상사나 문화사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문학사 연구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게다가 그러한 연구의 ‘장’ 또는 ‘좌표’가 공통의 합의를 통해 정의된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문자로 기록되어 현대까지 전해진 단순한 지식에 불과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문제의식이나 전체 문화 안에서 지식을 남기는 방식에 고민 없이, 자신만의 호기심에 따라 문자로 남겨져 있는 과거의 사상이나 문학에서 대상을 가져와 오롯이 혼자의 생각을 피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부분은 작가가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사상사, 문화사 연구에만 해당사항이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일본이 가진 인문학 전반에 대해 그러한 문제를 이야기할 수도 있고 프레임을 바꾸어 사회 전번에 걸쳐져 있는 모든 분야 문학, 예술, 문화 비평에 대해서도 동일합니다. 그렇지만 작가는 과거의 시대는 학문으로서 앞선 연구를 승계할 수 있는 제반이나 공통의 연구를 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었다고 말합니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손대기가 어렵기도 하고 일반적으로 쉽게 접할 수 없는 풍부한 역사적 사실과 구체적인 자료들을 담으려고 노력했고, 저자의 비판적인 관점도 얼핏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일본문화(만화)를 좋아하는 편인데 책을 통해 일본의 유서를 들여다보고 경험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사전이라는 것은 단순히 표제어를 등록하고 설명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문자로써 그 시대의 모습을 담아 시대를 넘어 존재하는 동안에 유일무이한 가치가 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고 만들어지는 과정도 녹록지 않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담이긴 하지만 배를 엮다 [미우라 시온]도 같이 읽게 되었는데 사전을 만드는데 15년이 필요하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참고사항

사전이란

 

 조금은 딱딱하게 느껴지지만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을 말을 옮기자면 사전의 뜻은 “어떤 범위 안에서 쓰이는 낱말을 모아서 일정한 순서로 배열하여 싣고, 그 각각의 발음, 의미, 어원, 용법 따위를 해설한 책”입니다. 일반적으로 사전이 가지는 의미는 어휘(표제어)에 대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기술한 텍스트입니다. 사전에 담긴 내용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의미와 관련된 것입니다.

 

사전의 특징과 구조

 

 사전은 형식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그 특징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일정한 순서로 배열된 표제어에 대한 정보를 설명한 항목들로 구성한다.

둘째, 설명하는 항목은 형식 및 내용상 앞뒤의 다른 항목과 단락으로 분리한다.

셋째, 내용이 불연속적이다.

넷째, 표제어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제공하기 때문에 메타언어적이다.

다섯째,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여 언어 지식을 넓혀 주는 용도이므로 교육적 텍스트이다.

 

 사전의 구조는 크게 거시 구조, 미시 구조 2개로 나눕니다. 거시 구조는 표제어로 배열되는 종적 구조이고 미시 구조는 표제어의 언어적 정보를 담아 설명하는 횡적 구조입니다. 거시 구조는 조직화되어 배열된 표제어의 전체를 말하며, 표제어는 일정한 방식에 따라 배열됩니다. 한국어 사전은 가나다순으로 영어 사전은 알파벳 순서로 배열합니다. 미시 구조는 다양한 언어 정보를 담고 있는 항목의 내적 구성으로 발음 정보, 품사, 성, 수 등의 문법 정보, 정의, 동의어, 반의어, 어원 등의 의미 정보, 구문, 용례 등의 통사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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